“모두 뿌리 뽑아 버리겠다. 국제 사회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터키공화국이 얼마나 강력한 국가인지 보여주겠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지난 20일 트위터 차단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목청을 높였다. 트위터에 이어 27일 유튜브가 폐쇄되고 페이스북 폐쇄까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터키가 북한에 버금가는 인터넷 통제국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숨길 것이 많은 정치인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가장 두려운 존재다. 지난 3차례 선거에서 압승하며 승승장구하던 에르도안 총리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그 뒤에는 어김없이 SNS가 있었다. 지난해 여름 시민 수 만명이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정치와 이슬람 회귀를 비판하며 이스탄불의 탁심광장에 몰려나오게 한 것도 SNS의 힘이었다. 하지만 이슬람주의자들로부터 변함없이 지지를 받는 에르도안 총리는 물러나지 않았다. 경찰이 측근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경찰 고위 관계자를 연달아 파면시켰다.
SNS의 진정한 역습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유튜브에 에르도안의 치부를 담은 도청 파일이 봇물 터지듯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에르도안이 비판 기사를 쓰는 언론사에 전화해 기자를 자르라고 협박하는 대화부터, 아들에게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으니, 빨리 집에 있는 현금을 다른 장소로 옮기라”고 지시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파일을 올린 사람은 ‘하람자델레르’와 ‘바시찰란’이란 가명을 썼다. 하람자델레르는 ‘죄인들’ 또는 ‘도둑의 아들들’이란 의미다. 바시찰란은 ‘도둑 두목’이란 뜻으로 ‘바시바칸’(총리)을 풍자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폭로 파일들이 나오자 에르도안은 지난달 6일 법 절차 없이도 개인의 인터넷 주소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통제강화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269일간 의식불명 상태에 있었던 15세 소년이 지난 11일 숨을 거두며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고, 트위터에는 정부 비난 글이 갈수록 늘어났다.
닭의 목을 비틀면 새벽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지난 20일, 마음이 급해진 에르도안은 급기야 트위터 사용 금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27일에는 시리아 공격 계획을 논의한 안보회의 도청파일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일간 휴리예트는 외무장관 집무실에서 열린 회의를 도청한 것으로 보아 수백m 밖에서도 감청할 수 있는 고도의 장비를 이용한 것같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은 곧바로 유튜브 접속 금지령을 내렸다. 시민들은 유튜브가 막히자 도청 파일을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고 있다. 솔리 오젤 카디르 하스 대학 교수는 “요즘 시대에 SNS를 차단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정말 비이성적”이라며 “내 아들은 15초만에 정부가 막아놓은 트위터 계정을 뚫었다”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로이터는 “30일 열리는 지방선거는 잇단 폭로 이후 에르도안이 첫 심판을 받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면서 “그의 주요 지지층인 농촌 표심이 이탈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최근의 사태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가 변수”라고 분석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은 수도 앙카라에서 패배하고 이스탄불에서도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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