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시민권을 얻으려면 스페인에 2년 동안 거주하고 이전 국적을 반드시 포기해야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세파르디 유대인이란 사실만 증명하면 현재 국적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조건 없이 시민권을 얻을 수 있게된다. 관련 법안은 현재 스페인 의회의 표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알베르토 루이스 가야르돈 스페인 법무장관은 “1492년 추방은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면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
역사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15세기까지 적어도 20만명의 유대인이 살았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였던 이사벨 1세 여왕이 1492년 개종을 거부하는 유대인과 이슬람인 상당수를 추방하면서, 현재 약 350만명으로 추정되는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들이 이스라엘을 비롯해 터키, 미국, 라틴아메리카 국가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에 스페인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지 묻는 이스라엘인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의 세파르디 유대인 단체 회장인 아브라함 하임은 “당시의 비극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늘 스페인을 우리의 고향으로 여겨왔다”고 말했다. 세파르디 유대인들이 스페인 시민권에 큰 관심을 보이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스페인의 시민권을 따면 다른 EU 국가에서 취업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스페인 정부 역시 과거사에 대한 속죄의 의미 뿐 아니라, 부유한 유대인에게 시민권을 줌으로써 이들의 투자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실제 스페인 정부는 15세기 당시 유대인과 함께 추방된 수많은 이슬람인들에게는 시민권을 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계 이슬람인 단체 측은 “당시 유대인과 같은 고통을 겪은 이슬람인들은 배제한 채 유대인에게만 시민권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그러나 10∼15세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이 세파르디 유대인이란 것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