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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불신론’ 드러난 배후... 기후변화회의 앞두고 판치는 ‘기업의 용병’

국제뉴스

by 정소군 2015. 3. 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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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느 분야보다도 객관적인 학문으로 여겨진다. 관찰과 실험, 분석을 통해 검증된 가설만이 학설로 인정된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담배의 유해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기후변화는 음모론”이라며 학계의 정설에 의혹을 제기하는 소수의 학자들이 논란을 부추긴다. 과거 담배업체의 이익을 옹호했던 일부 과학자들이 순식간에 ‘기후변화’로 주제를 갈아타고 석유회사들의 이익을 옹호하는데 앞장서기도 한다.

 

올 연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학계·정치계에 널리 포진해 있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석유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지원받아 온 사실이 최근 잇따라 적발됐다. ‘기업의 용병’이 된 정치인과 과학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석유기업들, 학계·정치계 기후변화 회의론자 포섭 ‘뒷돈’


짐 인호페 미 공화당 상원의원(오클라호마)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회의론자 중 한 명이다. 현재 미 상원 환경·공공사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1월 의회 회의 도중 갑자기 밖에서 눈덩이를 뭉쳐와 바닥에 던지면서 “2014년이 기록적으로 따뜻한 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구온난화 주장과 달리) 지금 바깥은 이렇게 매우 춥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22일 “인호페 의원이 지난해 선거 당시 다국적 석유메이저 BP가 운영하는 정치행동위원회로부터 선거운동자금 1만달러(약 1114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이는 석유 기업들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여온 사례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인호페 의원의 연설에 단골로 등장했던 과학자가 바로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윌리 순 박사다. 그는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아니라 태양 에너지 활동의 변동성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인호페는 순 박사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는 사기극이란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그린피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순 박사는 지난 14년 동안 화석연료업계로부터 120만달러(약 13억3000만원) 이상의 돈을 받고 연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업체들이 과학자들에게 돈을 주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문을 쓰도록 하면, 석유업체에게 돈을 받은 정치인들이 그 논문을 근거로 기후변화 규제 법안을 저지하는 비밀 커넥션이 형성돼 온 셈이다.

 

과학자들에 유리한 논문 쓰게 하고 정치인들 법안 근거로


이같은 학계와 업계의 유착은 담배, 산성비, 오존구멍 문제에서 똑같이 반복돼 왔던 패턴이다. 나오미 오레스케스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쓴 <의혹을 팝니다>에는 프레드 싱어, 프레드 사이츠 등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로켓이나 원자폭탄을 전공한 학자들로 인체 건강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담배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들을 쏟아냈다. 담배회사들이 결국 소송에서 패하자, 이번에는 석유기업들의 자금지원이 풍부한 ‘기후변화’로 무대를 옮겨 “지구온난화는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목적은 달성된다. 석유기업은 논란을 부추겨 기후변화 법안 통과를 저지하고, 정치인과 학자들은 자금을 지원받고, 홍보기업들은 석유기업의 반환경 이미지를 희석시켜 줄 수 있는 광고를 수주해 돈을 번다. 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에델만은 지난해 7억41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 중 상당액은 미국의 석유기업들로부터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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