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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합의] 실리 챙긴 로하니, 외교 치적 쌓은 오바마

국제뉴스

by 정소군 2015. 4. 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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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을 둘러싼 8일간의 마라톤 협상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고도의 수싸움이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공은 서방에 넘어갔다”며 시간끌기 작전을 펼쳤다. 이에 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압박’ 전술을 썼다. “언제든 협상장을 떠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려고 전용기 엔진을 끄지 않은 채로 대기시켰다. 협상이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호텔 잔디밭에 설치한 텐트로 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비밀 화상통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텐트에는 이란 측이 엿들을 수 없게 도청방지 기능이 장착돼 있었다.

 

미국·이란 ‘무조건 성공’ 절박… 케리·자리프 고도의 수싸움


이번 협상은 미국과 이란, 양쪽 모두에게 결코 실패해서는 안되는 게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벼랑 끝에 몰린 상태였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등장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려 했던 오바마를 다시 전쟁의 수렁으로 끌어들였다. 대러 관계는 ‘신냉전’ 수준으로 악화됐다. 이란 핵협상마저 불발되면 그는 ‘외교 무능아’라는 비판을 받게될 것이 뻔했다.



‘개혁’과 ‘개방’을 내걸고 당선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협상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 자국 내 보수강경파의 공격을 받고 있는 그의 개혁노선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미국의 제재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지 못할 경우 그를 지지하는 여론마저 돌아서게 될 공산이 컸다.



결과적으로 양측은 이번 협상 타결을 통해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오바마는 ‘외교 치적’을 쌓았고, 이란은 ‘실리’를 챙겼다. 오바마는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특별성명을 통해 “이번 협상으로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군사해법보다) 외교적 해결책이 최선이며, 우리는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미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란 전문가인 클리프 쿠챈은 “오바마에게 이번 협상은 ‘모 아니면 도’와 다름 없었다”며 “이란 핵협상 타결은 훌륭한 외교적 치적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경제제재 해제된 이란, 풍부한 자금력으로 더 큰 위협 우려도


이란 IRNA통신은 “우리는 핵 주권을 지켜냈다”며 “원자력발전소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선언했다. 특히 이란은 경제제재가 해제될 경우 그동안 해외계좌에 동결돼 있던 원유 수출대금 1000억달러(약 109조1000억원)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란은 연평균 8%의 경제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외대 이란어과 유달승 교수는 “(핵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로하니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연임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개선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과 적대적인 수니 아랍국들의 위기감은 더 커질 수 있다. 사우디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미 아랍국들과 함께 ‘아랍연합군’을 창설하는 등 별도의 군사행보에 나섰다.

 

아직 이란을 신뢰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경제제재 해제 덕에 자금이 풍부해진 이란이 국제사회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마크 게레츠 미 중앙정보국 전 연구원은 “이번 협상이 잘 마무리 될 경우 오바마는 역사에 남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만약 그가 틀렸다면 오히려 중동의 핵 확산을 가속화하고 수니·시아파 간 분쟁을 격화시키는 최악의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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