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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서 산소통 놓친 병원 의료진은 모두 울었다...인도의 산소 부족 사태 왜 (2021.4.26)

국제뉴스/아시아

by 정소군 2022. 4. 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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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산소가 부족해 25명의 코로나19 환자들이 숨진 인도 뉴델리의 자이푸르 골든 병원은 공포에 휩싸였다. 산소가 없어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퇴원을 택한 환자는 34명 뿐이었다. 어차피 병원을 나가봤자 산소가 부족해 죽을 위험에 처한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이푸르 골든 병원을 비롯한 뉴델리의 병원장들이 고등법원에 진정을 넣은 끝에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의료용 장비지원을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하라”는 법원의 지시가 나오긴 했지만,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과 달리 후속 조치는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또 다시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병원은 산소를 구하기 위해 인근 의료시설과 시청, 주정부 등 사방에 전화를 돌렸다. 다행히 시에서 대형 산소통을 실은 산소탱커를 보내줬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이 병원의 산소탱크 충전 공간에 들어가지 않았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은 해머를 가져와 미친듯이 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자 시 정부 관계자는 이 탱커를 인근의 다른 병원에 먼저 보내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가진 행운이 모두 소진돼 버린 듯한 순간이었어요. 저를 비롯해 모든 의사와 직원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판카즈 차울라 병원장은 인도 언론 민트에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렇게 말했다.


26일 인도의 하루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35만명을 넘어 6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치료에 가장 중요한 의료용 산소 부족 현상은 날마다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의료용 산소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를 액체화해서 산소, 질소 등을 성분요소 별로 뽑아내는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원래 큰 병원들은 자체적인 산소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도 정부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산소 부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공공병원 162곳에 산소 생산 시설을 설치하기로 하고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업체를 선정하는 데만 8개월이 걸리는 등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고, 결국 33곳 밖에 설치가 완료되지 못했다.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곳이 많아 인도 병원 대다수는 산소 공급을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미국 경제매체 쿼츠가 지적했다.

문제는 산소 공급 속도가 코로나19 환자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 산소 용기통이 부족해 그나마 있는 산소마저 병원에 수송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인도 법원이 긴급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인도에서 생산할 수 있는 하루 최대 산소량은 7000t인데 반해 인도에는 현재 하루 8000t 이상의 산소가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하루 700t에 불과했던 하루 산소 수요량이 1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게다가 7000t의 하루 산소 생산량 중 2500t은 정수 시스템과 의약품 제조업체 등 필수 산업용도로 쓰여야 한다고 쿼츠는 밝혔다. 즉, 필수 산업용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의료용으로 쓴다 하더라도 매일 3500t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이는 낙관적인 계산에 불과하다. 인도의 확산세는 아직 정점이 어딘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아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공급부족량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 북부 스리나가르에서 코로나 19   환자의 간병인들이 산소통을 운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 만든 산소를 병원에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도의 산소 제조 공장들은 대부분 동부 지역에 몰려 있는데 현재 인도의 확산세를 이끌고 있는 지역은 서부이다. 인도는 산소 운반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산소통에 옮겨 담아 실어 날라야 한다. 가연성 물질인 산소는 반드시 액체화를 유지시켜 줄 수 있는 극초저온 특수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 산소 운반 특수용기 역시 심각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데다, 자이푸르 골든 병원의 사례처럼 산소탱커가 너무 커서 병원에 진입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의회 내 보건·가족 위원회가 지난 2월 병원에 산소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사전에 경고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무시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대한 분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시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병원들이 산소 부족 문제에 직면하지 않도록 산소 생산을 촉진하고, 산소통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가격 제한 등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보고서가 발표된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총선 기간 동안 대규모 유세를 이끄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방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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