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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돔은 과연 이스라엘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있는가 (2021.5.19)

국제뉴스/중동아프리카

by 정소군 2022. 4. 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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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은 우리를 공격한 대가를 보고 있다. 이스라엘 시민들이 평온함을 되찾을 때까지 폭격을 계속하겠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의 휴전 촉구에도 불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일(현지시간)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이미 9일째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는 전날까지 213명이 사망했다. 이 중 어린이가 60명이 넘는다.

전쟁은 원래 양날의 칼이다.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히는 만큼 이쪽도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전쟁은 다르다. 네타냐후 총리가 믿는 구석은 아이언돔(Iron Dome)이다. 213명 대 12명.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쏜 로켓포는 3000발이 넘지만, 쏘는 족족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에 의해 격추당해 이제까지 이스라엘 측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이 2011년 아이언돔을 개발해 배치한 지 올해로 정확히 10년이 됐다. 아이언돔은 지난 10년 동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대응 전략과 지형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아이언돔의 방어 능력을 믿는 이스라엘인들은 이제 공습 경보가 울려도 더 이상 두려움에 떨며 대피소로 뛰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아이언돔 덕분에 이스라엘이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언돔 홍보 무대가 된 이스라엘의 전쟁

이스라엘 무기회사 라파엘 등이 개발한 아이언돔은 도심 곳곳에 요격미사일 발사 차량을 배치해 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이스라엘 상공을 둘러싸 날아오는 로켓 포탄을 요격하는 개념이다. 라파엘사는 아이언돔의 개발·운영비용으로 16억달러가 넘는 예산을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아이언돔은 시스템 1대를 배치하는 데 5000만달러(약 567억원), 요격 미사일 1발을 쏘는 데는 2~5만달러가 들어간다. 이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방어 시스템을 이용해 개당 800달러짜리 하마스 로켓포를 쏘아 맞히고 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 배치가 완료된 바로 다음해인 2012년, 기다렸다는 듯이 가자지구를 공격했다. 8일 간의 공습기간 동안 하마스는 수백발의 로켓을 이스라엘로 발사했고, 이스라엘 군사 당국은 90%의 명중률로 하마스 로켓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며 아이언돔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그리고 2014년 가자 침공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이스라엘의 전쟁은 아이언돔의 위력을 선보이는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아이언돔의 막강한 성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면서 인도,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아이언돔 구매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이언돔으로 이스라엘은 더 안전해졌을까

아이언돔의 기술력 덕분에 이스라엘 측의 인명 피해가 크게 줄어든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7년 전인 2014년 가자침공 때부터 아이언돔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나친 의존이 장기적으로 이스라엘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텔아비브 대학의 요아브 프로머 교수는 당시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할 의지가 없다. 아이언돔이 있는데 왜 그러겠는가?”라면서 “이스라엘 대중들이 아이언돔 덕분에 안전하다고 느끼는 한 정치 지도자들은 더 이상 폭력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2014년 당시 이스라엘 시민들이 전망 좋은 스데롯 언덕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음료를 마시며 가자지구에서 터지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불빛을 영화 관람하듯 감상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전쟁 중에도 이스라엘의 상공은 아이언돔 덕분에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프로머 교수는 “하지만 기적의 전술로 보이는 아이언돔은 장기적으로 이스라엘을 전략적 실패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기술은 우리를 거짓된 안전으로 인도할 수 있다. 아이언돔이 외교적 노력을 대신할 수 없고, 대신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2007년 이스라엘 국방장관으로 재임 당시 아이언돔의 개발을 이끌어 ‘아이언돔의 대부’로 여겨지는 아미르 페레츠는 2014년 워싱턴포스트에 “아이언돔 덕분에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을 제거하기 위해 가자지구 안으로 지상군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더 큰 인명피해를 줄이는데 아이언돔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역시 “아이언돔은 임시방편 이상은 될 수 없다”면서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외교적 해법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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