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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노 ‘무능 질타’에 마르코스 ‘민심 얻어’… 슈퍼태풍에 엇갈린 희비

국제뉴스/아시아

by 정소군 2013. 11. 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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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최대 정적인 아키노 집안과 마르코스 집안의 희비를 바꾸어 놓았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무능함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사이, 타클로반이 고향인 마르코스 집안은 반사 이익으로 주민들의 인심을 얻고 있다.
 17일 필리핀 현지 언론들은 “내 고향 타클로반으로 가고 싶다”는 이멜다 마르코스의 한마디를 앞다퉈 대서특필했다. 필리핀스타는 당뇨병으로 입원 중인 이멜다가 아픈 몸을 이끌고 타클로반에 직접 내려와 주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했지만, 병원 의사들의 만류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멜다는 타클로반이 있는 필리핀 중부 레이테섬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로무알데스 집안 태생이다. 타클로반 시장인 알프레드 로무알데스와 레이테섬 지역 의원인 마틴 로무알데스 역시 이멜다의 조카들이다. 이멜다의 딸인 이미 마르코스 북부일리코스 주지사는 “우리 마르코스 집안은 레이테 지역의 복구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구호 작업 때문에 너무 바빠 레이테 지역에 있는 우리 가문의 옛 건물들이 무사한지 여부조차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멜다 마르코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타클로반에 있는 일명 ‘이멜다 하우스’는 이번 태풍에도 아무런 흠집조차 입지 않았다. 이멜다 하우스는 이멜다가 1000여컬레의 명품구두 전시회를 연 곳으로, 마르코스 정권의 사치와 부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그러나 하이옌은 타클로반에 남아있던 마르코스 집안에 대한 안 좋은 기억까지 쓸어 갔다. 한 필리핀 여성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로무알데스 시장은 태풍이 상륙하기 5일 전부터 주민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멜다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가 구호센터에 발빠르게 보내준 구호식량도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타클로반 주민들은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후 타클로반이 아키노의 직접 통제하에 놓이자, “아무것도 모르는 아키노는 차라리 로무알데스 타클로반 시장에게 다시 권한을 돌려주라”고 현지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반면 마르코스에 맞서 싸웠던 ‘민주화’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베니그노 아키노는 이번 태풍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정부의 대처가 늦어 태풍 피해가 커졌다”면서 로무알데스 시장을 에둘러 공격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별 효과는 없어 보인다. 로무알데스 시장은 현지 언론 GMA뉴스에 “중앙 정부의 지원이 너무 늦어 빠른 구호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맞받아 치기도 했다.
 타클로반 지역의 부실한 건축자재가 태풍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건축 개발보조금 비리’에 휘말렸던 아키노는 더 큰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NBC는 “정부 개발 보조금은 타클로반 같은 해안도시의 건물이 태풍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자재로 지어지도록 지원됐어야 했다”면서 “마르코스 정권은 적어도 레이테 지역에 질낮은 자재로 건축물을 짓지는 않았다. ‘이멜다 하우스’가 이번 태풍에도 끄떡없이 버틴 것이 그 증거”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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