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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열악한 노동환경… 동남아 의류 노동자들, 변한 게 없다

국제뉴스/아시아

by 정소군 2013. 11. 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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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사바르 참사’ 6개월

지난 4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에 있는 의류공장 ‘라나 플라자’ 건물 붕괴 사건은 열악하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랄 동남아시아 의류 하청공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정부와 부자 나라의 다국적 의류기업들은 사고 발생 6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바르의 교훈’을 외면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의 의류노동자들은 경찰의 무차별 진압으로 잇달아 크게 다치거나 체포됐다.

지난 12일 캄보디아 의류공장 노동자 수백명은 “비참한 노동 현실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며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무차별 구타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시위 현장에 있던 노점상인 한 명이 사망하고 6명의 노동자가 크게 다쳤다. 전날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 수천명이 “최저임금을 100달러로 올려 달라”며 사바르 등지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50여명이 다쳤다.

붕괴 위험이 있는 노후 건물에서 아주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던 노동자들이 떼죽음을 당한 ‘사바르 사태’ 발생 직후, 방글라데시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공장 건물 전수조사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시위하던 노동자 수백명에 캄보디아 경찰 무차별 진압

   방글라데시 안전 대책 말뿐

정부가 구성한 최저임금협상위원회는 최근 38달러 수준인 현행 최저임금보다 77% 높은 66달러를 새로운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노동부 장관이 인상안에 서명할지는 불투명하다. 의류 제조업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 다카트리뷴은 방글라데시에 공장을 둔 의류업체들이 “66달러의 최저임금은 우리보고 문을 닫으란 소리와 같다”면서 “54달러 이상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의류공장 노동자들은 66달러도 턱없이 낮다며 최저임금 10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조흐마 베굼은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쌀을 비롯한 모든 생필품의 물가가 너무 비싸 66달러로는 한 달 생활이 불가능하다”면서 “이 월급으로 우리보고 뭘 먹고 어디서 살란 말이냐”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의 식료품 물가는 지난 1년 사이에만 7~8%가량 올랐다.

최저임금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공장 안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라나 플라자 붕괴 후 방글라데시 정부는 모든 공장을 대상으로 안전진단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안전진단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지난 10월 말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 출범 이후 진단을 진행한 공장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진단을 받아야 할 공장 목록조차 확정하지 않았고, 진단을 진행할 감독관 역시 보강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초에도 다카 외곽의 의류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잔업 중이던 노동자 10여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공장에는 화재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공장이 단 한번도 정부로부터 안전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대학 연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의 5분의 3은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의류산업이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캄보디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캄보디아는 지난해 40억달러 이상의 의류상품을 수출했지만, 의류노동자의 최저임금은 80달러 수준이다. 작업공장 화재위험과 아동 노동 문제도 끊이지 않고 지적되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 의류회사의 대부분은 방글라데시와 마찬가지로 해외 다국적기업 소유다.

캄보디아 의류노동조합 대표인 아쓰 쏜은 “선진국의 의류기업들이 자신들의 순익을 조금이라도 노동자와 함께 나눈다면 최저임금을 150달러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기업은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캄보디아데일리에 말했다.


 

 방글라데시 정부-의류업체 최저임금 협상 타결...불씨는 남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류업체들이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월 최저임금을 5300다카(약 66달러)로 올려주기로 전격 합의했다.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업협회의 압두스 무흐세디 전 회장은 14일 현지언론 다카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 관저에서 논의한 끝에 정부가 제안한 최저임금 5300다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4월 수도 다카 외곽의 의류공장 붕괴로 노동자 1100여명이 숨지면서 열악한 노동조건이 국제사회에 알려지자, 최저임금 인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이달 초 월 최저임금을 현재의 3000다카에서 5300다카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의류업체들은 “4500다카 이상으로는 절대 올려줄 수 없다”며 거부해왔다.


 이번 합의안에 대해 친정부 성향의 노조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다른 노동자들은 물가 등을 고려할 때 5300다카 인상안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으로 월 8114다카(약 10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 수준은 다른 나라 의류업계보다는 여전히 낮다. 최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선 캄보디아의 의류노동자만 하더라도 최저임금이 80달러 수준이다.


 방글라데시 의류수출업협회의 리아즈 마흐무드 부회장은 파업 중인 노동자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파업 중 폐쇄했던 사바르와 아술리아 지역의 공장들은 오늘부터 재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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