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이 혈전을 유발할 확률은? (2021.3.17)

코로나19 백신이 혈전을 유발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일부에게서 혈전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나온 뒤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면서 이 같은 우려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혈전은 혈관 내에서 혈액이 국소적으로 응고해 생긴 덩어리를 말한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은 혈관 속에서 응고하는 일이 없지만 혈관 내피의 손상이나 염증, 동맥경화 등의 요인으로 혈전이 발생할 수 있다. 오래 의자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경우 혈액순환이 원할치 않아 다리에 혈전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발생한 혈전이 혈액을 따라 몸 속을 순환하다 드물게 뇌의 혈관을 막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인터뷰한 여러 전문가들은 “혈전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이제까지 백신이 혈전을 유발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럽 등에서 보고된 사례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우연의 일치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30만~60만명의 사람들에게서 폐나 다리 등에 혈전이 발생한다. 하루 1000~2000명 꼴이다. 혈액학을 전공한 노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의 스테판 몰 교수는 “현재 미국 성인의 1%인 230만명이 매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면서 “즉, 하루 1000~2000명 꼴로 발생하는 혈전 환자의 1%인 10~20명 정도가 매일 백신 접종 후 백신과 상관없이 혈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접종 후 혈전 증세가 나타나는 비율이 이 보다 높아질 경우 인과관계를 의심해 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의약품품청(EMA)의 에머 쿡 청장도 16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매년 수천명에게서 다양한 이유로 혈전이 생기며, 수백만명에게 백신 접종을 할 때 이와 같은 상황은 예상 밖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상세한 과학적 평가는 필요하다”며 EMA가 관련 사례별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MA 안전성위원회는 새로운 정보 추가 검토를 거쳐 오는 18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계속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