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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사람'의 임금은 버터가격과 똑같이 결정돼선 안돼"

경제노동

by 정소군 2015. 3. 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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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다루는 노동시장도 버터나 옥수수 같은 상품과 똑같이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일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노동자의 임금은 수요공급 원리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2일(현지시간) ‘월마트의 보이는 손’이란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월마트의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을 왜곡시켜 실업률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보수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보수 경제학자들은 노동자의 고용시장도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 과잉을 야기해 오히려 고용율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동조합을 결성해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수요와 공급을 왜곡시킬 수 있으므로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크루그먼은 “그동안 많은 노동경제학자들은 이같은 이론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며 “노동자들은 ‘사람’이기 때문에 버터 가격을 매기는 것처럼 임금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미국의 상당수 주는 연방정부의 규정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그는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다른 주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주에서는 대량 실업이 발생해야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면서 “점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미치는 역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다른 근거로 1940년대 ‘대압착(The Great Compression)’ 시대를 들었다. ‘대압착’ 시대는 ‘대공황’ 시대와 대조되는 미국의 호황기 시절을 일컫는다. 2차 대전 당시 미 정부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개입했다. 이와 더불어 노조 결성의 활성화 역시 임금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거의 완전고용을 이뤘고 일자리도 끊임없이 창출됐다. 

혹자는 전쟁 덕분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크루그먼은 꼭 그 때문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눈여겨 볼 점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대압착’ 시대는 수십년 간 더 이어졌다는 사실”이라며 “완전고용과 친노동적인 정책이 임금에 대한 기준 자체를 변화시켰고, 이는 강력한 중산층 그룹을 형성시켜 이후 수십년간 이례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산층이 이같은 ‘정치적 행위’를 통해 단기간에 걸쳐 형성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극단적인 불평등과 미국인의 소득 감소는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내는 운명이 아니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정치적 선택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열악한 조건 탓에 자주 그만두는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노동환경을 창출해 줌으로써, 기업에 대한 헌신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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