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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 폭탄 소동 범인은 한국계 학생 “기말고사 보기 싫어서”  

국제뉴스/남북 아메리카

by 정소군 2013. 12. 1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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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평화 논문 최우수상을 받았던 한인 청년이 어쩌다 폭탄테러 소동의 범인으로 전락하게 됐을까.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검찰은 17일(현지시간) 기말고사를 피하기 위해 하버드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 신고한 혐의로 이 학교 학생 엘도 김(20)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김군은 그야말로 미국 조기유학의 성공 사례였다. 워싱턴주 카미악 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고교시절 테니스 및 수영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2009년에는 미국평화학연구소가 주최한 대회에서 ‘문화적 집단학살’이란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하버드대에 입학한 후에는 연구조교로 일하면서 교내 주간신문인 ‘하버드 인디펜던트’의 주요 필진으로 활동했다.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에드워드 조는 “김군은 매우 똑똑하고 좋은 친구였다”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늘 버팀목이 되어주곤 했다”고 교내 신문인 하버드크림슨에 말했다. 

 

하지만 하버드 공부벌레 틈바구니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그는 순간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하버드크림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주말 저녁 ‘미국 교육의 정치학’이라는 과목에 대해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았다. 이 과목은 폭발물 소동이 벌어진 지난 16일 오전 9시 기말시험이 예정돼 있었다. 


압박감에 시달린 김군은 시험을 겨우 30분 앞두고 경찰과 학교 관계자들에게 “학내 건물 4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익명의 e메일을 보냈다. 하버드대는 즉시 소개령을 내리고 경찰과 함께 대대적인 합동 수색에 나섰다. 김군은 경찰 조사에서 “기말고사 시작 직전 비상경보가 울리고 대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그때 내 계획이 성공했음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와 같은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은 하버드크림슨 기사에 단 댓글에서 “김군은 항상 교실 맨 앞줄에 앉아 있었고, 토론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나는 그가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최소 B학점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너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2008년 발표된 ‘한인 명문대생 연구’ 논문은 미국 아이비리그 유학생 중 한국 학생의 중도 탈락율이 44%로 가장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영어실력, 전공 관련 정보부족 등이 그 원인이었다. 미국의 취업난 역시 심각해지면서 하버드대의 학점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최근 미국 현지 언론은 하버드대가 ‘A’학점을 남발한다며 학점 인플레 현상을 비판했지만, 학생들은 “우수한 학생들만 모여 있는 하버드에서 A학점을 받는 일은 지금도 쉽지 않다”며 반발했다. 

 

김군은 오는 18일 보스턴 연방법원에 출석한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5년의 실형을 받게 된다. 대학 동료인 마틸드 몽프티는 “그가 바보같은 짓을 한 것은 틀림없지만 순간의 실수가 5년이나 감옥에 가야 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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