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Oxi·반대) 쇼크’가 유럽을 강타했다. 그리스 국민들은 5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안에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반대’에 유럽은 충격에 휩싸였고, 세계 증시가 출렁였다. 그리스는 ‘그렉시트(유로존 탈퇴)’로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며, 유럽은 통합과 분열의 갈림길에 섰다.
5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유럽 채권단의 제안에 61.3%가 반대해, 찬성 38.7%를 크게 앞섰다. 투표율은 62.5%였다. 지난 5년간 긴축으로 연금과 임금이 크게 줄고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른데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긴축 반대를 주도해온 집권 좌파연합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들의 용감한 선택”이라며 “민주주의를 약탈당할 수 없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에는 ‘반대’ 지지자들이 국기를 들고 모여들어 시리자와 치프라스를 연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유럽연합(EU) 등 채권단 트로이카는 반대파가 압승하자 고심에 빠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회동을 했다. 유로존은 7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그리스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치프라스 총리는 “48시간 안에 채권단과 긴축을 완화하는 협상을 타결짓겠다”고 말했다.
‘공’을 넘겨받은 채권단 쪽에선 미묘한 변화도 감지됐다. 그렉시트를 경고했던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투표 결과에 상관 없이 유럽은 그리스 국민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탕감은 절대 없다던 IMF도 지난 2일 그리스의 빚을 줄여주는 게 불가피하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그리스가 끝내 그렉시트로 갈지, 유로존에 남을지는 7일 회의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국민투표 충격으로 7일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 증시는 하락했으며 유로화 가치도 떨어졌다. 미국 언론들은 유럽의 경기 침체가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정부도 그리스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오히(Oxi·반대)!” 국제 채권단의 긴축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투표가 ‘반대’의 압승으로 결론 난 5일(현지시간), 아테네 도심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튿날 날이 밝자 한층 짙어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속에 거리에는 다시 불안감이 휩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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