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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협박 맞선 환경운동, 스쿨버스 탄소 감축…‘제2의 툰베리’

국제뉴스/국제인물

by 정소군 2022. 3. 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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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환경운동가 프란시스코 베라가 지난해 콜롬비아 의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콜롬비아 의회 영상 캡처

 


콜롬비아의 11세 소년 환경운동가 프란시스코 베라가 트위터를 통해 살해 협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콜롬비아가 들끓고 있다. 이반 두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범인을 색출하겠다고 약속했고,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격려 편지를 보냈다.

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최근 관내 모든 학교 스쿨버스를 전기차로 바꾸기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섰다. 스쿨버스 안팎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최대 10배 이상 초과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를 도출해 낸 사람은 과학자도, 정부 당국자도 아니었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생인 홀리 소프였다.

세상을 바꾸는 10대 환경운동가는 그레타 툰베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면한 기후변화 위기 앞에서 무능한 기성세대를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세계 곳곳의 수많은 10대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씩 변화를 일궈 내고 있다.

■ 살해 협박까지 받은 11세 소년

콜롬비아 11세 소년 베라
의회서 꾸짖는 연설 화제
살해 위협에 의연한 자세
“우리 목소리 내는 것 중요”

“여러분은 이 나라의 상원의원으로서 생명을 위한 입법 활동을 해주셔야 합니다.” 지난해 10세였던 베라는 콜롬비아 의회 연단에 올라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국회의원들을 점잖게 꾸짖었다. 그의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의원은 없었다. 그는 단순한 어린이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베라는 독서와 수영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지난해부터는 태권도도 배우기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처럼 유튜브를 즐겨보는 그는 환경에 대한 영상을 보다가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콜롬비아 언론매체인 키에니케는 전했다.

베라는 2년 전 학교 친구 6명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팻말을 들고 마을을 행진하고 쓰레기를 주우며 본격적인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그가 만든 ‘생명 지킴이들’은 콜롬비아 전역에 200여명의 회원을 둔 어엿한 환경단체로 성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수백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청원으로 2만4000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트위터로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격수업을 받는 아이들을 위한 인터넷 접근권 개선을 호소하는 베라의 영상에 누군가가 여러 개의 가명 트위터 계정으로 그를 살해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베라에게는 수백건의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트위터는 위협 메시지를 보낸 계정을 정지했고,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콜롬비아에서는 환경·인권 운동가들이 이권 다툼을 벌이는 범죄조직들에 살해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콜롬비아에서 살해된 시민운동가는 53명에 달한다.

베라의 신변을 우려한 정부는 트위터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다. 하지만 베라는 “어린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거절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베라는 “건설적인 비판은 환영하지만 근거 없는 공격은 무시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미국 중학생 소녀 홀리 소프는 스쿨버스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연구활동을 통해 스쿨버스를 전기차로 바꾸도록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BBC   영상 캡처



■ 스쿨버스를 ‘그린’으로 바꾼 중2

미국에 사는 중학생 소프
스쿨버스 이산화탄소 분석
전기차 도입 작업 이끌어내
“이건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 사는 중학생 소프가 스쿨버스를 전기차로 바꾼 변화의 주역이다. 평소 환경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소프는 “환경운동은 나에게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닌 열정”이라며 “그래서 과학발표대회 주제를 ‘스쿨버스의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으로 정하게 됐다”고 BBC에 말했다.

소프는 100㏄ 주사기로 스쿨버스의 안과 밖, 정류장의 공기를 포집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스쿨버스 바깥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에 달했다. 두통과 악취,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는 수치였다. 스쿨버스 내부는 더 심각했다. 기준치의 10배 이상인 5000PPM으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천식에 걸릴 수도 있었다. 소프는 지난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학교 운영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발표하며 스쿨버스를 모두 전기차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프의 연구 결과 덕분에 최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교육 당국은 관내 학교의 스쿨버스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알베르토 카발로 교육청장은 직접 소프를 만나 “스쿨버스를 전기차로 교체하기 위해 연방기금을 신청했다”고 말했다고 마이애미헤럴드는 전했다. 이 소식을 들은 소프는 “드디어 우리가 스쿨버스를 노란색에서 녹색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며 기뻐했다.

소프에게 기후위기는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에 영향을 주는 당면한 문제이다. 그는 “내가 살고 있는 플로리다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면서 “허리케인과 홍수 피해가 잦은 지역인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쿨버스를 전기차로 바꾸는 일은 학교와 학생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변화”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20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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