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햄버거 사랑이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에 커다란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량이 늘어나면서 정작 뉴질랜드 사람들이 먹을 쇠고기가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쇠고기 소매상들은 쇠고기 가격이 앞으로 20% 가량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뉴질랜드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버거퓨얼 월드와이드’는 이같은 예측이 현실화 될 경우 햄버거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조세프 로버트 회장은 “향후 몇달간 쇠고기 가격이 어떻게 변동할지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가격 인상분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뉴질랜드 쇠고기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계속되는 대평원의 가뭄 때문에 자국 내 쇠고기 생산량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6% 하락했다. 지난 6년 새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쇠고기 수요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체 쇠고기의 16%를 소비한다. 쇠고기 생산 대국인 호주마저 심각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쇠고기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상태다.
뉴질랜드의 농부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미국의 쇠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미국 수출량을 늘려 톡톡이 재미를 보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이들이 미국에 쇠고기를 수출해 벌어들인 금액은 8억900만 뉴질랜드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그러나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쇠고기량의 상당수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뉴질랜드의 쇠고기 소비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시즌과 바비큐 시즌을 맞아 뉴질랜드에서도 쇠고기 수요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슈퍼마켓의 쇠고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포카이(26)는 “쇠고기 가격이 계속 오르면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야 할 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