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들의 시신을 안고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AP연합뉴스 |
크다이르의 죽음 후 동예루살렘에서는 최근 몇 년 새 가장 큰 충돌이 일어났다. 분노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이스라엘은 보복살해를 중단하라”고 외치며 돌멩이를 들고 거리로 쏟아졌다. 양측간 ‘피의 보복’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이스라엘 정부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정책이 있다.
1967년 이스라엘은 ‘6일 전쟁’을 일으켜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를 모두 무력 점령했다. 이후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모든 점령지에서 군대를 철수시켰지만, 동예루살렘만큼은 아직도 사실상 불법점령하고 있는 상태다. 동예루살렘은 유대교(통곡의 벽)와 이슬람교(바위돔 사원·알 아크사 사원)의 성지가 몰려 있어 이·팔 모두 자신들의 진정한 수도라고 여긴다.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실질적인 영토로 만들기 위해 이곳에 유대인 정착촌을 대거 확장해 왔다. 이는 ‘점령국은 자국민을 점령지역으로 이주시켜서는 안 된다’는 제네바 협약을 엄연히 위반한 것이다. 1967년 이전까지만 해도 0%였던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인구 비중은 지난해 42%까지 증가했다. 동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인 살레 디아브는 “앞집에 살던 가족이 강제이주를 당한 후 유대인이 들어와 살고 있다. 옆집은 두 개로 쪼개져 그 중 절반을 유대인 정착민이 차지했다”면서 “언제 우리 집이 다음 차례가 될지 모른다”고 더내셔널에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거주민의 공격으로부터 유대인 정착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동예루살렘 곳곳에 초소를 만들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동예루살렘 병력에 쓰는 예산은 1년에 1900만 달러(약 19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진짜 보호가 필요한 것은 유대인이 아니라 우리들”이라고 말했다. 디아브는 “총기를 갖고 다닐 수 있는 유대인 정착민들은 수시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협하며 가택과 기물을 파손한다”면서 “내 자동차도 두 번이나 부서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행을 저지른 유대인이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9%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다이르가 납치·살해된 곳이 이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안에서도 가장 폭발력 강한 ‘화약고’인 동예루살렘이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지난 9일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의 국경선 부근에 대기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동예루살렘뿐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곳곳에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땅을 야금야금 파먹으며 정착촌을 만들고, 정착촌과 이스라엘 영토 사이를 이어주는 각종 유대인 전용 도로와 터널들을 세우고 있다. 이 전용 도로들은 팔레스타인 공동체를 조각조각 갈라놓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실종된 유대인 청소년들이 납치된 곳이 이 유대인 전용도로 교차점이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대인 청소년 납치 살해의 모든 책임을 하마스로 돌리며 가자지구 공습에 나섰다. 하마스는 “우리가 한 짓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예비군 동원령 내리고 탱크도 배치
이스라엘은 그동안 가자지구의 로켓포 공격을 받으면 주로 해당 로켓포 발사지점을 향해서만 보복 폭격을 가해 왔다. 이번처럼 전방위적인 대규모 공습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군사작전의 숨은 의도는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를 깨려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07.22ㅣ주간경향 1085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지난 6월 오랫동안 반목해 왔던 하마스와 화해하고 통합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통합정부 수립을 격렬히 반대해 왔다. 팔레스타인 활동가인 세마 자브르는 ‘팔레스타인 크로니클’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통합정부의 내분을 유도하기 위해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을 하마스에 돌리며 가자지구를 공습하는 한편,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과는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시작된 후 벌써 민간인 피해자가 수십명에 이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상작전에 대비해 이미 4만명의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한편, 국경선에 탱크를 주둔시켜놓고 있다. 만약 본격적인 지상작전이 시작될 경우 1400여명의 사망자를 낸 2008년 가자 침공의 악몽이 재현될지도 모른다. 유엔과 미국, 이집트 등이 이·팔 양측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갈등은 쉽게 봉합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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