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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파워… 동북아 역사분쟁까지 목소리 ‘새 글로벌 리더’

국제뉴스/국제인물

by 정소군 2015. 3. 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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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일본 방문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그가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피해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일본을 방문한 국가 정상이 과거사 문제를 끄집어낸 전례는 거의 없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후 자신들의 원죄를 의식해 최대한 국제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려 몸을 사렸다. 그랬던 독일이 이제는 자신들의 과거를 거울삼아 오히려 다른 나라에 쓴소리를 마다않는 위치에 선 것이다. 


2005년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 메르켈은 우둔해 보일 만큼 신중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스타일에 비춰볼 때 일본에 쓴소리를 한 것 역시 철저히 계산된 언행으로 보인다.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이 노련한 화법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고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메르켈이 일본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독일의 선택이 왜 옳았는지 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단호한 원칙주의자면서 ‘철저한 실리’ 외교주의자


메르켈은 과거사 문제에서는 단호한 원칙주의자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치지 않고 독일의 과거를 반성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가 자유와 주권을 말할 수 있는 것은 과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2003년), “과거에 대한 반성은 고통스러웠지만, 옳았다”(2014년)는 그의 발언들은 어록으로 남았다.



역사관에서는 원칙주의자이지만 외교에서 메르켈은 누구보다 철저한 실리주의자다. 2007년 달라이 라마와 만난 뒤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냉각되자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무역사절을 이끌고 중국에 갔다. 이번 일본 방문은 7년 만이지만, 중국은 그새 7번이나 찾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메르켈의 쓴소리를 두고 “독일이 동아시아에서 일본 대신 중국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요커는 메르켈이 유로존의 좌장 역할을 하면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치는 것 역시 “유로존을 통합하려는 이상적인 시도라기보다는 철저히 독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서 “메르켈은 부드러운 겉모습을 한 민족주의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마키아벨리에 빗대 메르켈에게 ‘메르키아벨리’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집권 10년차 지지율 70%… 국민 56% “다음 총리도”


메르켈이 국제 외교무대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것은 유럽에서 ‘나홀로’ 성장하고 있는 경제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 첫 동독 출신 총리라는 이점을 살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휴전 논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불러내 16시간 마라톤 협상을 성사시킨 것도 그였다. 전임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2년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는 등 돌출발언을 거듭해 국제정치에서 밀려났지만, 지금 메르켈은 우유부단하다는 평을 듣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십을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독일인들은 이런 메르켈에게 70% 이상의 높은 지지율로 답하고 있다. 가디언은 집권 3기에 접어든 총리가 아직까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는 것은 전후 잿더미가 된 서독을 재건한 콘라드 아데나워 이래로 메르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 독일인의 56%는 “다음 총리도 메르켈이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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