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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나 트리마르코, 엄마가 끌어낸 ‘딸 납치 인신매매단 처벌’

국제뉴스/국제인물

by 정소군 2014. 4. 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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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아르헨티나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영웅’ 트리마르코

ㆍ살해 협박 속 2년 전 무죄 판결 뒤집고 22년형 받아내
ㆍ12년간 집창촌 뒤져 수백명 구했지만 딸 행방은 묘연

딸을 납치해 집창촌에 팔아넘긴 인신매매 조직원들을 법정에 세운 것은 국가도, 경찰도, 법도 아닌 ‘엄마’였다. 아르헨티나인 수산나 트리마르코(60)는 딸을 찾아 전국의 집창촌을 헤맨 지난 12년 동안 인신매매 조직으로부터 셀 수 없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 집이 불타고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그 무엇도 딸을 찾겠다는 그의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트리마르코는 딸을 찾는 과정에서 수백명의 성매매 여성을 구출해 ‘성매매 피해 여성의 영웅’이 됐다. 

아르헨티나 항소법원은 8일 트리마르코의 딸 마리타 베론을 납치해 집창촌에 팔아넘긴 인신매매 조직원들에게 최장 2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2년 전 이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전국에서 시위를 벌이자 결국 이전 판결을 뒤집었다. 트리마르코가 구출해낸 성매매 여성 수십명도 그의 편에 서서 증언을 해 유죄 판결을 도왔다. 

수산나 트리마르코가 2008년 4월 아르헨티나 북서부 산미겔데투쿠만에서 열린 딸 마리타 베론의 실종 6주년 행사에 참가해 베론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고 있다. 산미겔데투쿠만 | AP연합뉴스


정의는 실현됐지만 트리마르코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딸 베론은 이미 오래전 또 다른 집창촌으로 팔려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이미 베론이 해외로 팔려나간 것으로 보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를 의뢰했다. 트리마르코는 “나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딸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 라나시온에 말했다. 

트리마르코는 2002년 당시 23살인 딸 베론이 실종되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병원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베론이 실종되면서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라리오하 지역의 집창촌에서 베론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경찰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결국 트리마르코는 직접 성매매 여성처럼 차려입고 집창촌에 들어가 업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베론을 찾을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가 감금된 성매매 업소를 경찰과 함께 급습했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직전 베론은 이미 빼돌려졌다. 그곳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은 “누군가 업주에게 베론을 찾으러 경찰이 출동한다는 정보를 흘려줬다”고 말했다. 수많은 집창촌을 돌아다니면서 트리마르코는 차차 경찰과 판사, 정치인들까지 성매매 조직에 관련돼 있다는 증거들을 수집하게 됐다. 

비록 딸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의 고통스러운 여정이 아무 성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베론처럼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 납치돼 성매매를 강요받은 여성 수백명에게 자유를 되찾아줬다. 아르헨티나는 2008년 인신매매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규정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이 법에 따라 3000명에 가까운 피해 여성들이 구출됐다. 그는 또 베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심리치료를 해주고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트리마르코는 2012년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트리마르코는 아직 딸이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의 목표는 딸을 찾는 것뿐만이 아니다. 트리마르코는 “베론처럼 실종된 이 나라의 모든 소녀들에게 자유를 되찾아주고 돕는 것이 나의 사명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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