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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올리가르히들, 야누코비치 대통령 손 놓을까

국제뉴스/유럽과 러시아

by 정소군 2013. 12.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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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올리가르히 소유 언론들 반정부 시위대 목소리 보도… “EU냐 러시아냐 판단 끝” 분석도


지난 7일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영국 런던의 원 하이드 파크 아파트 앞에 우크라이나의 반정부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 아파트의 2410억원짜리 펜트하우스에 우크라이나의 올리가르히(과두재벌)인 리나트 아크메토프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재벌인 그의 재산은 150억달러(약 16조원). 정경유착의 대명사인 올리가르히답게 아크메토프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경제적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원 하이드 파크에 몰려온 시위대는 “아크메토프, 당신의 애완견인 야누코비치를 혼내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 “야누코비치의 미래가 올리가르히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세력다툼에 져서 대대적으로 숙청당한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와 달리, 우크라이나의 올리가르히는 아직도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야누코비치가 권력을 잡은 것도 올리가르히의 지원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EU) 협정 체결을 거부한 야누코비치가 거센 퇴진 압력에 직면하면서 양측의 밀월관계에 심상치 않은 균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리가르히가 소유한 주요 방송사들이 반정부 시위대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보도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러시아에서 수입해 오는 석유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에너지 재벌 드미트로 피르다시가 소유한 인터 채널 방송사는 수도 키예프 광장에 35만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모이자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의 정치분석가인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올리가르히들이 반정부 시위대에 보험을 들기 시작했다”면서 “그들이 드러내놓고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지는 않겠지만, 보이지 않게 시위대를 지원하는 전략을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리가르히들이 EU와 러시아, 둘 중 어느 쪽이 자신들에게 이익일지 이미 계산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U와 협정을 맺을 경우 러시아의 저렴한 가스 공급이 끊기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올리가르히에게 불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언제 숙청당할지 모르는 러시아보다는 유럽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편입되는 것이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키예프 글로벌전략연구소의 바딤 카라시브는 “푸틴과 그의 편이 당장은 이겼을지 몰라도, (야누코비치의 운명을 가를) 권력은 올리가르히의 손에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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