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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한 물량 못 쫓아가는 턱없이 느린 접종 속도...배송된 백신 유통기한 만료 우려 (2021.1.1)

국제뉴스/코로나

by 정소군 2022. 3. 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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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400만 도스(1회 접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각 의료기관에 공급했지만, 접종 속도가 늦어지면서 이대로라면 자칫 적지 않은 양의 백신이 유통기한 만료로 버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쪽에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애가 타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물량을 확보해 놓고도 접종 속도가 늦어 무용지물이 될 판국이다.

지난   12 월 14 일(현지시간) 간호사 샌드라 린지가 미국 내 최초로 코로나 19   백신을 맞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말까지 1억 도스 분량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미국이 확보한 물량은 4000만 도스에 그쳤고, 미 정부는 2020년 연내 접종 완료 목표를 2000만명으로 다시 낮춰잡아야 했다. 문제는 접종 속도가 느린 탓에 이미 낮춰 잡은 목표치조차 턱없이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까지 미 정부는 1400만 도스의 백신을 전국의 각 의료기관과 지방 보건당국에 내려보냈는데, 이 중 현재까지 실제 접종이 이뤄진 물량은 300만 도스에 불과하다. 인구 10만명 당 접종 인원으로 따지면 49명으로, 미국보다 접종이 늦게 시작된 이스라엘(608명)이나 바레인(263명) 등에 크게 못 미친다.

AP통신은 미국의 접종 속도가 지연되고 있는 원인으로 인력과 시설 등 사전에 인프라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꼽았다. 백신과 접종 프로세스를 관리할 인력을 미리 충원했어야 했고, 사람이 몰릴 경우를 대비해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는 방역 시설도 점검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준비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플로리다주의 한 69세 노인이 선착순인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밤새 주차장에서 14시간 동안 줄을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의료기관 ‘메모리얼 헤르만’도 3만 도스의 백신을 받았지만, 이중 실제 접종을 한 것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병원 관계자는 AP통신에 “우리는 백신을 사탕처럼 나눠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미 배송이 완료돼 재고로 쌓여 있는 백신의 유통기한이다. 화이자 측은 지난 11월 “백신은 6개월 동안 보관이 가능한 극초저온 냉동고, 30일 동안 보관할 수 있는 드라이아이스가 담긴 특수 용기, 5일 동안 보관이 가능한 일반 냉동고 등 3가지 방식으로 유통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료기관 중 상당수는 드라이아이스가 담긴 특수용기를 통해 배송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4일 접종을 시작한 후 2주 동안 배포한 백신 1400만 도스 중 불과 300만 도스밖에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지금 같은 속도라면, 1월 말 쯤 적지 않은 양의 화이자 백신이 유통기한 만료로 폐기처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 매거진 ‘인텔리전서’는 “영토가 광활하고 시골 지역이 많은 미국의 접종 속도가 이스라엘만큼 빠를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은 참사 수준”이라며 “백신과 접종 프로세스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속도라면) 배송 보관 중인 백신의 유통기한이 1월 말에 만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도 “헤아릴 수 없는 양의 백신이 미국인의 팔에 실제 접종되기 전 유통기한이 만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접종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투입할 의사와 간호사를 훈련시키고, 백신 배송을 추적관리할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연방정부·주정부·지역 의료기관 사이의 소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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